浪漫(낭만)

일상을 씁니다.

[스타트업 #2] 나는 회사에서 외롭다.

#2 나는 회사에서 외롭다.

이 곳은 여자가 매우 적다. 
작은 회사에는 동기가 없다.

7년을 여자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왔다. 
많아도 너무 많았다. 나는 여고를 나오고 여대를 졸업했으니까
회사까지 여자가 많은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.

카카오톡 연락처 90%를 여자가 차지하는 것이 싫었으며,
여대 캠퍼스에 남자가 지나갈 때 어쩐지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.
지금 이 리듬을 끊지 않으면 평생 여자 사회에서 살 것 같아,
여자가 많은 회사는 입사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까지 했었다!

졸업할 즈음에는 정말 진지한 다짐이었는데, 지금 와서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. 
창업 쪽은 여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. 게다가 IT 창업은 여자가 더 적다. 
창업 세미나, 투자 설명회 참석자의 80% 정도는 남자이고,
창업 경진대회 발표자 역시 거의 대부분 남자이다. 
여성 발표자가 나오면, 사회자의 여성 발표자 환영 인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.

나는 늘 30-40대가 중심인 창업 팀에서 일을 하곤 했는데, 내가 유일한 여자 직원 이자 첫 여자 직원이었다. 
창업 팀 규모가 작기도 하고, 여자가 적기도 해서 여자 직원을 찾기도 어렵다. 
(이제 막 창업을 한 팀의 경우 동기라는 말이 적절하지도 않은 것 같다.)

처음에는 남자가 많은 분야라서 좋았는데,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외로움을 느낀다. 
동기들과 나눌 수 있는 소통은 여전히 목마른 상태이다.

나는 그저 12시가 되었을 때 밥을 먹자고 나와 함께 주장할 직원이 있었으면 하고, 
당이 떨어질 즈음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.

어서 내가 회사를 키워 그런 직원을 더 뽑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마는..

[스타트업 #1] 아무도 99%가 얼마나 뼈아픈지 말해주지 않았다.

서점에는 스타트업의 성공한 이야기가 가득하다. 
그래서 나도 성공할 줄 알았다.
생생하게 쓰여진 성공한 이야기만 읽었기 때문이다. 
또는 역경을 딛고 결국엔 성공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.

사실 알고 있었다. 
창업한 회사의 99%가 실패한다는 것을.
근데 이 숫자가 이렇게 뼈아픈 숫자인지는 몰랐다.

회사에 위기가 오면,
스트레스를 받아 만성 소화 불량에 시달린다. 
불면증, 위경련은 옵션이다.
나는 아직 한창인데 어쩐지 머리도 빠지는것 같다. 
어쩐지 나 때문에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아 
자존감도 바닥으로 치닫는다. 
이래서 직장인들이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- 하는 생각도 든다. 
또 거기다 박봉이다. 
결혼을 앞둔 친구들과 모은 돈을 이야기 할 때면 
그 자리가 불편하기 그지 없다. 
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 같다. 제 몸이 타들어 가는지도 모르는-

다행히도 요즘 웹(스타트업관련 사이트, 페이스북 등)에서
스타트업에서 성공한 또는 실패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. 
어떻게 해서 사업 실패를 딛고 성공을 했는지-
어떻게 해서 잘 나가다가 사업 실패를 했는지-

스타트업에서 성공적으로 사업하기는 매우 몹시 어렵고
폐업했을지라도 스타트업이 “잘” 나가것을 겪기 어렵다.

내 주위에는 힘든 대표님들이 정말 많고, 폐업을 경험한 대표님 역시 정말 많다. 내가 바로 아는 스타트업 친구 중에는 성공한 경우-일반인이 그 서비스를 아는지-가 드물다. 이 곳에 몸을 담은지 3년째이고, 투자 회사를 거쳐 3번째 스타트업에서 항해를 하고 있다. 그 동안 만난 인연이 적지 않은데 스타트업 EXIT(투자회수)이니 성공이니 하는 이야기는 “그 들”만의 리그인것만 같다.

유명 소셜커머스 창업팀의 5번째 창업 멤버가 될 뻔했다든지
내가 아는 팀이 유명 회사에 투자를 받았다든지
건너 건너 아는 팀이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지루하다. 
6단계만 거치면 이 세상 사람들을 전부 다는 사이 아니던가?

열심히 성공의 어머니-실패-와 동행하는 스타트업 말단 직원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시작하겠다.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환상을 전력을 다해 깨보려 한다.

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멋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
또 어렵기 때문에 즐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기에!

올해도 강의를 다녀왔다.

오랜만에 간 학교는 여전히 조용했고, 남자가 한명도 없어 신기했다. (대학생 때 다른 학교에 놀러가면 남학생들 때문에 어쩐지 불편하곤 했었다.ㅎㅎ)

올해는 마케팅과 창업에 대해서 강의를 했는데,

사람들 앞에서 질문을 잘 안하는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카톡 질문 받기는 효과가 정말 좋았다. 학생들은 작년보다 2~3배 더 많은 질문을 해주었고, 덕분에 시간에 맞춰 강의를 끝낼 수 있었다.

타겟(?!)에 맞추어 강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마케팅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.